2024년 개봉한 일본 영화 '위대한 부재'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치카우라 케이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인
이 영화는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와
30년 만에 재회한 아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후지 타츠야가 일본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는 최고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모리야마 미라이와 후지 타츠야 등
실력파 배우들이 선보이는 섬세한 연기와 함께,
현대 사회에서 마주하는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수작입니다.
위대한 부재 기본정보
감독·각본·편집 | 치카우라 케이 |
공동 각본·조감독 | 쿠마노 케이타 |
프로듀서 | 치카우라 케이, 호리이케 미호 |
라인 프로듀서 | 오치 요시아키 |
촬영 감독 | 야마자키 유 |
미술 | 나카무라 산고 |
리레코딩 믹서 | 노무라 미키 |
사운드 에디터 | 오호 타츠야 |
음악 | 이토야마 코지 |
녹음 | 모리 에이지, 야사카 히로키 |
의상 | 타구치 사토시 |
헤어 메이크업 | 미나미츠지 미츠히로 |
조감독 | 이시이 마사루 |
제작 책임자 | 사이토 코지 |
스크립터 | 호사카 시오리 |
제작·제작 프로덕션 | 크레이텝스 |
배급 | 가가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인지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위대한 부재 줄거리
이른 아침,
한적한 주택가의 한 집을 경찰 특공대가 조용히 포위합니다.
진입 명령이 떨어지려는 찰나,
현관문이 열리며 한 노신사가 단정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쿄에서 연극배우로 활동 중이던 토야마 타카시(모리야마 미라이)는 극단 워크숍을 마치고 휴대폰을 확인하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30년간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 요지(후지 타츠야)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입니다.
타카시는 아내 유키(마키 요코)와 함께 급히 북큐슈로 향합니다.
시설에서 아버지를 처음 만난 타카시는 더욱 큰 충격에 빠집니다.
겉보기에는 단정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요지였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당국'에 감금되어 있다며 피해망상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시설 직원들은 타카시에게 요지의 건강 상태와 연명 치료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만,
30년간 만나지 않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당황스러워할 뿐입니다.
아버지의 집을 방문한 타카시는 또 다른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현관문에는 "문 잠그기"라는 메모가 붙어있고,
집 안은 어질러져 있으며 빨래가 그대로 널려있는 상태였습니다.
곳곳에는 요지가 써놓은 기억상기용 메모들이 붙어있었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버지와 재혼한 새어머니 나오미(하라 히데코)가 사라진 상태라는 것이었습니다.
5년 전,
타카시는 자신의 결혼을 계기로 25년 만에 아버지를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요지는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무선통신이라는 취미에 빠져 살고 있었고,
나오미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까다로운 성격이었지만,
아들이 대하드라마에 출연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방영시간이 되면 꼭 TV 앞에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나오미에게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있었는데,
요지는 의붓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아들 타카시의 결혼식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현재로 돌아와 타카시는 아버지의 집에서 발견한 메모들과 사진들,
그리고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캘린더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하기 시작합니다.
나오미의 일기장에서는 요지가 그녀에게 쓴 열렬한 연애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게 된 이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타카시는 아버지와 다시 면회를 하며 나오미의 행방을 묻습니다.
하지만 요지는 러시아인들이 침입해 나오미를 해치고,
그녀가 목을 찔러 자살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를 통해 타카시는 아버지의 치매가 심각한 상태임을 깨닫게 됩니다.
위대한 부재 감상평
영화 '위대한 부재'는 일상적이면서도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가족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룹니다.
불륜으로 시작된 사랑과 이로 인한 이혼,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에 찾아온 치매라는 시련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특히 이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은 '부재'라는
키워드를 여러 층위에서 다룬다는 점입니다.
30년간 아버지가 부재했던 타카시의 삶,
치매로 인해 서서히 사라져가는 요지의 기억,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어가는 나오미의 상실감까지.
이 세 인물의 '부재' 경험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립니다.
연출가 치카우라 케이 감독은
이 복잡한 감정들을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격정적인 장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도,
일상적인 순간들 속에서 캐릭터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특히 요지의 집 곳곳에 붙어있는 메모들, 오래된 사진들,
그리고 달력의 기록들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탁월합니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30년간의 공백을 뛰어넘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타카시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냅니다.
특히 아버지의 과거를 조각조각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의 표정 연기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후지 타츠야는 치매 환자인 요지 역할을 통해
산세바스티안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연기는 단순히 치매 환자의 모습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려 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치매'라는 질병을 다루면서도
전형적인 질병 영화의 클리셰에 빠지지 않습니다.
대신 치매가 한 가정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속에서 각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현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특히 사랑하는 이를 잊어가는 공포와 사랑하는 이에게
잊혀지는 두려움이라는 양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영화 속 타카시가 연습하던 연극 '임종 중인 왕'은
이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왕의 모습은,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지켜내려 하는 요지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위대한 부재'는 결국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혈연관계라는 것이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치매라는 병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관계와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줍니다.
결말 해석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던 타카시는 마침내 새어머니 나오미의 실종 이유를 알게 됩니다. 나오미는 심장병이라는 지병이 있었고, 어느 날 쇼핑 중에 발작을 일으켰지만, 치매가 진행된 요지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녀를 홀로 남겨두었습니다.
나오미가 요지의 곁을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그녀의 일기장에 붙어있던 요지의 열렬한 연애편지였습니다. 퇴원 후 나오미는 자신을 잊어가는 요지에게 그 편지를 읽어주려 했지만, 요지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남의 일기를 마음대로..."라며 격분하여 일기장을 던져버립니다.
이후 나오미는 외출한다며 요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요지는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그녀를 배웅하려 현관까지 나와, 평소에는 절대 운전하지 못하게 했던 자동차 키를 건네고 그녀의 얼굴을 다정히 쓰다듬었습니다. 이것이 부부의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나오미는 여동생 토모코의 집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토모코는 요지의 돌봄은 자신이 맡을 테니 안심하고 쉬라며 언니를 위로합니다. 토모코가 나오미의 짐을 가지러 갔을 때 도시락 배달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때 요지와 몸싸움이 벌어져 토모코가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현실과 망상 사이에서 헤매던 요지는 결국 그 '사건'을 일으킵니다. 무전기를 작동시켜 도청한 뒤, 110번에 신고를 하며 '사건'이라고 통보합니다. 특공대가 출동할 정도의 내용을 전했고,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요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옵니다.
타카시는 끝내 나오미를 만나지 못한 채 바다를 바라보며 아버지가 나오미에게 썼던 연애편지를 낭독합니다. 그 바다는 요지가 나오미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고향을 찾아 도착했던 바다였습니다.
영화는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상은 격리 상태에 빠지고, 요지가 있는 시설도 면회가 제한됩니다. 도쿄로 돌아가기 전, 타카시는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만 면회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타카시는 입소 면담을 담당했던 직원에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주세요"라는 말을 남깁니다. 이는 아버지와의 작별을 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후회 없는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치매라는 질병이 한 가정을 어떻게 해체시키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30년간의 부재 후에 마주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은 가족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위대한 부재 등장인물 소개
토야마 타카시 (모리야마 미라이)
극중 역할: 주인공, 도쿄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
30년간 아버지와 단절된 삶을 살아온 인물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보다는 무관심한 상태로 지내왔음
현재 연극배우로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으며, 아내 유키와 행복한 결혼생활 중
아버지의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함
워크숍에서 연습하던 '임종 중인 왕' 역할은 영화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음
토야마 요지 (후지 타츠야)
극중 역할: 타카시의 아버지, 전직 대학교수
치매 발병 전: 학구적이고 지적인 성향의 소유자
나오미와의 사랑을 위해 전처와 아들을 버린 복잡한 과거를 가짐
무선통신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취미가
아들 타카시의 배우 활동을 몰래 자랑스러워하며 지켜봄
치매 발병 후: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상태
산세바스티안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뛰어난 연기력 선보임
토야마 나오미 (하라 히데코)
극중 역할: 요지의 현재 아내, 타카시의 새어머니
요지와의 불륜으로 시작해 30년간 헌신적인 아내로 살아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 마사히코가 있음
심장병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음
요지의 치매가 악화되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음
행방불명 상태로 영화의 미스터리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
토야마 유키 (마키 요코)
극중 역할: 타카시의 아내
남편의 가족사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조력자
시아버지 요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타카시를 돕는 역할
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중립적 시선 제공
오가타 토모코 (미상)
극중 역할: 나오미의 여동생
언니 나오미를 보호하고 돌보는 역할
요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
언니와 요지의 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드는 인물
시오츠카 마사히코 (미상)
극중 역할: 나오미의 아들, 요지의 의붓아들
어머니 나오미의 행방불명과 관련된 의문스러운 행동을 보임
요지의 치매 상태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함
복잡한 가족관계 속 갈등을 드러내는 역할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부재'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관계의 복잡성을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영화의 깊이를 더합니다.
위대한 부재 마무리
지금까지 일본 영화 '위대한 부재'(Great Absence, 2024)를 상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마주하는 가족의 의미와
치매라는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게 다룬 수작입니다.
작품 평가 및 해외 반응
개인 평점: 10점 만점의 6점 (추천 작품)
IMDB 평점: 6.4/10
로튼토마토 평가
평론가 신선도: 86% (매우 호평)
관객 평점: 현재 집계 중
주목할 만한 점
모리야마 미라이, 후지 타츠야를 비롯한 전 출연진의 뛰어난 연기력
산세바스티안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후지 타츠야)
섬세한 연출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현대 사회의 보편적 문제를 다룬 공감가능한 서사
이 영화는 가족드라마나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에게 특히 추천드립니다.
빠른 전개나 극적인 장면을 기대하시는 분들보단,
일상 속 잔잔한 감동과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고 싶으신 분들에게 더 적합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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